갑자기 날이 쌀쌀맞게 변했다. 바람도 휙~ 부는게 날씨에 간사할 정도로 민감한 희양이 "오빠 추워"를 연발하기 시작했는데, 사진 정리를 하다보니 때아닌 팥빙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올 여름따라 유난히 팥빙수를 참 많이도 먹은 것 같다. 예년 중에서는 팥빙수 한 번 안먹고 지나간 해도 있기도 했는데 말이지. (그래. 그때는 쏠로였다. 저 커다란 팥빙수, 혼자 먹으러 갔다가는 더운 여름에 시린 옆구리 부여잡고 얼어죽었겠지.)
나는 팥빙수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굳이 말하자면 단팥을 참 좋아한다. 겨울에 단팥죽 먹는 것도 좋아하고 단팥호빵 먹는 것도 좋아하고 -0- 그냥 단팥이라면 다 좋댄다 하고 헤~ 입벌리고 침흘리고 잘도 먹는다. 그래서 여름에는 역시 팥빙수. 과일빙수는 먹은 적이 한번도 없다. 딸기빙수나 커피빙수는 가끔 먹기는 해도 그건 특별히 딸기빙수가 맛있는 집에 갔을 때나 (경희대앞의 커피앤커피라든가^^) 커피가 땡기는데 빙수도 먹고 싶을 때라든가 그런 경우고 대부분은 그냥 팥빙수를 먹곤 한다.
팥빙수는 단팥과 연유 또는 우유, 얼음이 있으면 장땡이다. 다른 것들은 특별히 없으면 말고 내지는 아예 없는게 낫다는 주의인지라... 올여름에 먹었던 팥빙수 중에서 그런 것들이 있었다대부분이었다. 툭하면 가는 커피미학에 있는 옛날팥빙수도 기본에 충실한 종류에 속한다. 얼음, 우유, 단팥, 미숫가루. 땡~ 여기의 매력은 정말 옛날느낌 나게 적당히 달고, 딱 팥 알갱이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게 보이면서 적당히 씹히는 느낌이 있는 그런 단팥에 있다. 기본이 뭔지 보여준달까? 또하나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있는 밀탑의 팥빙수도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종류. 얼음, 우유, 연유, 팥, 떡. 땡~ 여기도 기본에 충실한 팥빙수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달까? 단팥의 씹히는 느낌과 적당히 단 느낌. 이런 곳들의 특징은 다른 것보다 단팥을 맛있게 만드는 데 충실했다는 거다. 나는 팥빙수 먹으러 간거지 다른 빙수 먹으러 간 게 아니거등... ^^
얼마전 또하나 맛있는 팥빙수를 봤는데, 바로 이름난 빵집 미고(Migo)의 팥빙수라. 그런데 얼마전에 간 미고의 팥빙수는 쪼매 달랐다. 보다시피.
이것저것 엄청나게 많이도 들어갔다. 딸기 키위 바나나 포도 수박 시럽까지 줄줄.... 사실 이런 팥빙수에는 별로 매력을 못느낀다. 특히 수박이랑 포도는 오히려 팥빙수의 팥들하고 맛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맛이 완전히 따로 놀거나 또는 되려 방해하기까지 -_-; 그래서 사실 처음 나왔을때는 '그냥 그런 팥빙수인가보다' 하고 먹기 시작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그냥 그런 팥빙수에 지나지 않았고. 왜, 저런 팥빙수들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섞기 힘들정도로 작은 그릇에 수북히 담아주는게 무슨 매력인 것처럼 내주지만 실제로 먹는 사람은 섞기도 불편하고 그냥 먹으면 나중에 얼음만 남지 않던가. 그런 것들이 이 팥빙수에서도 답습되고 있었다.... 고 중반까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미고의 팥빙수의 매력은 저 팥빙수 그릇 아랫부분에 보이는 상당량의 단팥에 있는거라. 윗부분이 잘 섞기 힘들면 그냥 안섞이는대로 먹으면 되는거다. 과일, 팥, 시럽 이런 것들을 적당히 위쪽에서 섞어서 먹기만 하고 나면 아래쪽에 얼음의 압박은 그 더 아래 있는 팥의 압박으로 충분히 때울 수 있다. ^^ 덕분에 한참 먹고 나서야 "오 이거 좀 짱인듯" 하면서 감탄하면서 먹었다능.. -_-;;;;
역시 팥빙수는 팥빙수다. 맛있게 만들어진 단팥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의 단순한 승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미고의 팥빙수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더라. 라는게 오늘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계절 지났다는거 -_- 다음 여름에 또 신나게 먹어주리라 ^^
0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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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 미고베이커리 압구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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