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씀을 드리지만, 영화를 보실 분들은 영화를 먼저 보세요. 반전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도 리뷰를 먼저 보면 김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
드디어 적벽대전이 2편이 나왔다. 1편을 보고서 팬으로서 당연히 2편이 기대된다고 한마디 남겼던 기억이 나는데, 2편을 보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시 불쇼는 재미있다. 이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
작가의 취사선택
E.H.Carr가 역사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했다고 국사책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사료는 완벽하지 않고, 역사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역사가들의 해석일 따름이다. 사실 어차피 삼국지 연의는 당연히 소설이고, 어떤 버전의 삼국지라도, 하물며 <正史>라도 작가의 사관과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된 기록이다보니 적당한 사실과 적당한 주관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가 어떤 사실을 취사선택해서 역사를 구성하는가에 따라 당연히 시점도 달라지고, 내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거다.
뭐, 이야기를 주구장창 길게 했지만, 아무튼 <적벽대전2>에서는 여러가지 사료에서 영화에 쓸만한 사실들을 적당히 골라내고 그 사실들과 일부 (중대한) 픽션들을 가미해서 영화를 구성한 것이 굉장히 눈에 띈다. 삼국지를 한두번이라도 빠져서 읽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것들 말이다.
예를 들면, (어쩌면 스포일러일 수 있는 것들이라 가렸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오우삼 감독이 영화를 위해서 선택하고 버린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남자냄새 물씬나는 영화에 여자들 밀어넣기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손상향이나 소교의 비중이 급 높아진 것들은 역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남자들의 역사인 전쟁사를 너무 땀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여자들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사실 남자들만 줄줄이 나오는 영화는 좀 별로잖아. 굳이 변호하자면, 어떤 종류의 왠만한 역사 영화라도 여성을 적당히 집어넣는 그 정도의 각색은 들어간다. -_-
인물을 줄이고, 각 인물들의 비중을 적절히 살려주기
오우삼 감독은 무장이 무수히 등장하는 역사에서 적절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 인물들의 비중을 조정해 줌으로서 뺄 인물은 과감히 버리고 몇몇 인물들만으로 영화를 구성하기 위해서 애쓴 듯하다. 손상향과 소교의 씬을 추가한 것도 이들의 비중을 높임으로서 의미 없는 인물로 만들지 않기 위함의 의도도 있는 것이며, 소교 주유 노숙 손권 손상향 감녕, 제갈량, 조조 채모 장윤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과감히 축소 또는 삭제하며, 출연한 인물들에게 비교적 고른 역할분배를 하여 역사의 재현보다는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선택하였다.
삼국지의 팬으로서는 아쉽다만, 영화를 위한 적절한 선택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인 거다. 이 영화는 팬만이 아닌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니까.
주유의 인물됨 부각
연의에서는 주유가 비록 뛰어나지만 적절한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으며 결국 열폭해버리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반해 영화에서는 아내가 적진에 홀로 뛰어드는 상황에서도 흥분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을 정도로 감정통제가 잘 되고 조조를 눈앞에 두고서도 쿨하게 물러서며 제갈량과 서로 뜻이 통하는 친구로 발전하는 멋진 사내로 그려진다. 역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주유라는 것을 강조하고, 주유의 인물됨을 적절히 조절하여 주인공으로서의 멋지구리함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촉오동맹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 작전이 통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도 주유의 멋진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지고.
줄거리의 단순화
역시 2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면 난잡해진다. 손상향의 밀정 이벤트, 제갈량의 화살 이벤트, 채모와 장윤 죽이기 이벤트, 역병 이벤트, 소교의 단독침투 이벤트, 그리고 불쑈전쟁으로 단순화 시킨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 앞뒤를 잘라내고도 말이 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각색을 거쳤다.
번잡한 사실과 인물이 난무하는 역사이지만 영화로서의 미덕을 잘 살린 작품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우삼 감독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번잡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단순한 인물구도와 확실한 스토리라인을 필요로 하는 영화로서의 미덕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우삼 감독 특유의 중국적인 메타포들도 여전히 유효하고.
하지만 결론은 블록버스터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다름아니다. 앞에서 얘기한 모든 것들은 적벽대전의 화공씬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주곡에 다름 아니고, 이 영화의 모든 물량적 공세는 화공씬에 퍼부어진다. 그리고 스토리가 어쨌고 저쨌고 하는 건 결국 이 전투 하나에 다 묻혀질 만큼의 스케일과 볼거리를 자랑한다. 어쨌든 불쇼는 재미있다. 뭐, 인물들을 한데 다 몰아서 보여주기 위해 장군들이 직접 온몸을 불살라가며 전투를 치르는 것은 불쇼의 성공에 비해 살짝 거슬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거;
그래서 사실은 저 불타는 적벽대전. 저거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끗.
아쉬운건 아쉬운 거지만, 어쩌면 오우삼의 선택과 집중은 적절했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이라 생각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영화를 위한 재구성은 팬들에게도 식상하지 않음을 제공하여 보다 영화를 집중해서 볼 만한 이유를 제시해준다. 예측과 똑같이 흘러가서 하품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예상과 다른 스토리로 적절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게 낫다. 어차피 영화로 구성하는 건데 역사와 똑같을 필요가 없잖아.
또한, 1편이 한편의 영화로서의 완결성에 아쉬움을 남겨주었다면 2편은 1편의 희생으로 뿌려진 밑밥 덕분에 전개부의 상당부분을 생략하고 바로 지략전쟁과 불쇼로 들어가서 박진감이 넘치는 편이다. 그리고 스토리들의 끝에 빵빵 터지는 블록버스터 전쟁씬은 충분히 그 자체로 영화 하나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지.
오우삼의 "적벽2"는 삼국지는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영화를 완성해 주었기에, 그런 점에서 평이 많이 갈릴 수 있는 이 영화에 나는 찬성표 하나를 던져주고 싶다.
* 모든 포스터, 사진은 다음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0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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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리뷰]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 (Red Cliff 2, 2009)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2009/02/02 12:30 삭제전에 "적벽대전 1부"의 감상기를 적을때도 말씀 드리긴 했습니다만, 전 "삼국지"의 팬이 아닙니다. 그것이 정사든 연의든 말이죠. 가슴에 큰 야망을 품은 사나이들이 난세에 일어나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은 별 관심도 없을 뿐더러, 대륙의 허풍까지 결합되면은... 이자저차해서 어릴적부터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이번 영화에 대해 "삼국지"의 팬이신 분들은 각색을 거치며 변경되거나 빠진 내용에 화를 내시기도 하더군요. 어차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이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