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가 소위 "대박"을 터뜨리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이 <구해줘> 라고 하더라. 그리고 이 이후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를 연달아 터트리며 최고의 작가 중 한사람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고. 작품 순서가 그렇게 되는데,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를 먼저 읽었더랬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읽으면서 "오~"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발상도 참으로 독특하고 흥미로운 전개가 일품이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적인 구성과, 소설이면서도 극본의 느낌이 물씬 나는 문체도 그렇고.
<구해줘>는 더 초기작품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기획력만큼은 <사랑하기 때문에> 만큼이나 대단한 것 같다. 스토리의 짜임새도 탄탄하고,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도 있고, 영화장면을 연상시키는 시나리오틱한 문체도 그렇고 어느 부분을 보나 <구해줘>는 뛰어난 작품인 것 같다. :)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 소설을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괜찮은 구성이고, 영화로 만든다고 하던데 별도의 각색이 딱히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로 만들기 편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스터리나 반전의 스토리텔링 부분에서는 짝짝짝.
그런 부분 외에 이 작품이 또 하나 주로 듣는 칭찬 중에 하나가 (어쩌면 앞에서 얘기한 것 보다 더) 사랑과 화해, 용서라는 테마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아래 인용한 부분은 얼마전 베리배드씽님의 포스팅.
실체가 없는 것이 사랑이기에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외치기 위해서 그 형태를 모양으로 만들어서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다 보니 소설이나 영화상에서 스토리에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난 사랑을 위해 이만큼을 희생하고 던질 수 있어" 이다. 물론 보여주기 위한 기법으로서의 그것은 임팩트가 강렬하므로 딱 좋기도 하지만, 사실 뿌리가 없이 그런 것들만 보여주는 소설은 어딘가 좀 공허한 부분이 있다. 그러니깐,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저것 다 던지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사랑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두 사람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소설들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고..
하지만 갑자기 한 남녀가 불꽃튀는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뭐 그렇게 드문 것은 아니고 또 모든 소설이 그렇게 공허한 것은 아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그렇고 영화 <타이타닉>도 그렇게 남녀가 갑자기 만나서 사랑에 빠졌지만 그런 공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구해줘>의 경우에서는 안타깝지만 두 남녀가 만난 며칠동안의 서술이 어딘지 좀 부족한 것 같다는게 솔직한 내 감상이다.
어쩌면, 그 "두 남녀가 사랑에 빠졌어요" 부분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그 뒤의 스토리텔링에서 다른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너무 많이 언급해서 소설 앞부분에서 언급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점점 스토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는 데 있다.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하는 기승전결의 <전> 부분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얘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고 또 다른 귀신아줌마의 스릴러만이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두 남녀의 이야기는 <전> 부분이 끝나고서야 다시 <결>에서 등장하게 되는데, 그럼으로서 스토리전개의 재미는 얻었지만, 사랑이야기로서의 장점은 팍팍 죽어버린 뒤라는 것이 안습.
불륜이야기나 막장전개면 모를까, 사랑이야기에서 복잡한 전개와 많은 인물구도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주인공의 비중조절마저 실패해 버렸다면 더욱 그렇고. "남녀 커플의 이야기를 얼마나 무게감 있고 진중하게 몰고 나갈 수 있는가." 그 부분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타이타닉>은 점수를 얻었고, <구해줘>는 점수를 잃었다. 그게 사랑이야기 <구해줘>의 아쉬운 점이랄까.
09. 1.
'雜 >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문학] 짧고 강렬한 사랑의 향기가 주는 매력 - 안녕, 언젠가 (10) | 2009/03/04 |
|---|---|
| 파피용 - 우리 또 떠나야 하는겨 (8) | 2009/02/25 |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기욤 뮈소 : 그때 그랬더라면 (6) | 2009/02/14 |
| 구해줘 - 기욤 뮈소 :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 한편 (8) | 2009/02/07 |
| [인문]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은 정상이다. (10) | 2008/10/07 |
|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 (0) | 2008/08/01 |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카타야마 쿄이치 (2) | 2008/07/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