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소설은 감각으로 읽는 편이다. 미스테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 대개 정통 미스테리에 해당하는 류의, 이를테면 대표적으로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거 말이다 - 그마저도 쭉쭉 읽어내려가면서 흐름을 파악하는 편이지 이것저것 복선이네 암시네 트릭이네 따지면서 읽는 편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이것 저것 따지면서 읽는 편이 아닌지라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후려친다>는 류의 소설은 오히려 뒤통수를 후려치지 못한다는거.. -_-
중간중간에 '응? 얘기가 좀 이상한 듯...' 하다가 마지막 한장에서 '뭐야, 이거 원래 이런 얘기였던 것 같지 않은데..' 하는 지극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말이지.
아무튼 '그냥 평범한 연애소설임 나 한번 읽어보지 않겠음? ㅇㅇ' 하고 시작했던 소설이라면, 끝나고 "뭐야 이거 무서워 대단해 ㄷㄷㄷ"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연애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 라고 표방하고 나왔던 소설이었던지라 해설까지 읽고 난 뒤에도 "아 그랬구나 사실은 그게 그렇게 된 거구나... 근데 뭐야 이게 미스터리임? 그냥 사실은 이게 아니라 이랬음 하고 독자를 놀려낸 소설이었잖음" 해버렸다는 거는 조금 안타깝다. 물론 어찌 보면 대단히 재미있는 구성이고 흥미로운 전개였지만 그냥 감각으로 쭉 읽는 사람에게는 이런 요소는 큰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는 거지.
일본의 역사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더 좋다는 것은 마이너스 요소, 미스터리 장르라는 것은 조금 미스. 이런 걸 미스터리라고 하는 지 사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장르를 생각하면 조금 오산이다. 뭐 그래도 이런 류의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읽었다는 건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거.
.... 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연애소설로 읽었던 나로서는 '이거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님 ㅋㅋ' 하는 해설을 읽고 나서도 그냥 처음 생각했던 연애소설로 다시 봐도 스토리가 특출나지는 않지만 전개과정이나 서술이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더라.
스포일러 안쓰고 쓰기에는 좀 벅찬 류의 소설이므로 그냥 일단 평가는 이정도. 아래는 평가는 아니고 그냥 감상.
처음 연애를 할 때는 누구나 그 사랑이 절대적이라 믿는다고. 절대라는 말을 쓴다고.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 이 세상에는 절대란 건 없다고. 언젠가 알게 될 때가 올 거라고. 그것을 알게 되면 비로소 어른이라고 해도 좋다고.
그냥, 사랑이라는거 영원할 '척' 하고 나타나지만, 굳이 이 소설에서 등장한 것처럼 B군, B양 때문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계기에 의해서든 휙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게 또 사랑인 걸 깨닫는 게 첫사랑이라고 하는 연애의 정체가 아닐까.
그런데 왜 또 사랑을 하느냐고 하신다면 그냥 웃지요... 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조금 더 잔잔하고 온화한 마음을 함께 가져, 오래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랄까. 나는 그걸 '애정'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데 그건 부르는 사람 나름. 이렇게 말해도 사람의 감정 따위! 하면서 냉소를 지을 수 있지만 아무튼 세상에 Happily ever after는 분명히 존재한다는거.
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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