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항상 어디어디 문학상 수상작 하면 '아. 이 작품은 재미로 읽기는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드는 건 나만은 아닐 거다. 대개 X상문학상이나 백X문학상, X인문학상 같은 국내 유수의 문학상 수상집 같은걸 읽으려면 정신이 가장 말똥말똥할 수 있는 시간을 골라다가 제대로 각잡고 앉아서 읽지 않으면 진도는 나가되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또는 그런 류의 책들은 아예 잠안오는 날에 붙잡고 누우면 순식간에 곯아떨어지는 수면제 대용-_-의 역할을 하기 쉽고 말이지. -_-

그런데, 다른 문학상들과 달리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선정되는 것 같다. 아니 거의 확실히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뽑는 걸로 생각된다. 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최근 가장 인기를 치고 있는 모 드라마의 원작소설인 [미실] 이고 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작년에 영화로도 히트를 친 [아내가 결혼했다] 였던 걸 함께 생각해보면 그런 느낌은 거의 확신으로 변한다. 아 이 문학상은 대중적인 재미도 함께 고려하는구나 하고. 물론 3회 4회 수상작은 1,2회 수상작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는 있는 편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읽었던 [내 심장을 쏴라] 는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두남자의 정신병원 탈출기라고 간단하게 한줄요약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수명은 세상이 두려워 도망쳐버린, 그래서 자신의 세상 안에 갇혀 지내는 폐쇄적 인간이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본의 아닌 사고를 일으킨 탓에 “이번에 가면, 죽기 전엔 못 나온다”는 아버지의 선고와 함께 수리 희망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인연인지 악연인지 같은 날 입원하게 된 승민에게 ‘휩쓸리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나날을 겪게 된다.
스물다섯 동갑내기인 수명과 승민. 하지만 그들은 극과 극이었다. 안으로 도망치고만 싶은 수명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승민과 얽히면서 수명은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된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라는 승민의 말처럼 날선 세상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라며 이 작품은 주저앉은 청춘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그리고 아직은 세상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수명에게 승민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미 예정된 결말이라도 부딪히고 깨져도, 세상과 맞서라고. 그게 진정한 인생이라고.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약간은 덤앤더머같은 두남자의 얼빠진 이야기로 시작해서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을 풀풀 풍기지만 미쳐서 갇힌 사람과 갇혀서 미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인물 묘사와 섬세한 상황묘사를 바탕으로한 심리표현이 100점 만점에 100점.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어도 장면이 어렵지 않게 그려질 정도로 섬세한 표현이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이다. 단지 진짜 영상화를 한다면, 장면 속에 마음의 변화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점이 될 듯. 

초반의 약간의 정체감만 넘기고 나면 인물들 묘사에 빠져서 정신없이 굴러가다가 나중에 정신병자들에게서 정신의 감화를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지도. ^^ 올해의 추천소설 목록에 여기 하나 더 추가요~


09. 9. 

*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하루 :)

트랙백 주소 : http://smile711.kr/trackback/1165 관련글 쓰기

  1. Subject : 내 심장을 쏴라

    Tracked from 컬쳐몬닷컴 2009/09/09 13:21  삭제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지음/은행나무 ***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헌책방의 한쪽 구석에서 몇 시간이 지나도록 ‘책’속의 현실을 마치 자신의 현실인양 살아가는 수명과 죽은 아버지의 유산 때문에 이제는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배다른 형제들의 강압속에 상습적인 방화범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정신병원으로 들어오는 승민, 이 둘은 한날 같은 시간에 수리 희망병원으로 들어온다. ‘미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