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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빙 라이브러리" 라는 것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에 알라딘에서 소개글을 간략하게 인용하는 게 좋겠다. :D
'리빙 라이브러리'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개념의 이벤트성 도서관으로, 도서관에서 '책' 대신 '사람'을 빌려준다. 독자들은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사람)과 마주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읽는다. 이 책은 영국에 살고 있는 저자가 런던에서 열린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책들을 독서(대화)한 경험을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예순이 넘어서야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을 찾았다는 트렌스젠더, 신 없이도 얼마든지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휴머니스트, 사회적 편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레즈비언,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식단이 가장 엄격한 비건, 예순에 무작정 가출해서 여든에 시인이 된 할머니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저자가 읽어낸 도서목록에 빼곡하게 적혀 있다. 
영국에서 사립학교를 나왔다면 상류층 출신인가?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먹는 사람을 혐오할까? 혼혈들은 우성 유전자만 받아 잘 나고 똑똑한 걸까? 일 년 동안 단돈 1원도 안 쓰고 살아갈 수 있을까? 머리 짧고 남자처럼 입고 다니는 여자들은 모두 레즈비언일까? 이 책에는 우리가 '오해일까? 편견일까?' 하며 질문을 꺼내기조차 망설였던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리빙 라이브러리는 제목을 달고 있는 사람과 마주앉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맞는 것 같다. 이 저자, 김수정씨는 런던에서 겪었던 리빙 라이브러리의 체험을 기록한 것으로,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 - 이를테면 "싱글맘" "레즈비언" "우울증 환자" "혼혈" "비간" "트렌스 젠더" 등등... - 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 같은 것들을 직접 꺼내어 이야기를 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는 데 포인트가 있더라.

뭐, 결국은 개인 에세이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보니 나름의 주관적인 해석이나 또 주관적인 편견 같은 것도 많이 읽히기도 하고, 또 이분이 런던에서 꽤 문화에 적응을 했는지 상당히 영국적인 사고나 문화적인 차이도 보이곤 한다. 물론 그런 것도 간파해내면서 읽으면 우리나라 사람이 왜이래 하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게 매력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고...


보통 인상적인 부분 이런거 잘 안쓰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특별히 "비간(베지테리언)" 부분과 "휴머니스트" 부분이 재미있었다. 먼저 이 책에서 나오는 "책" 휴머니스트는 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흔한 뜻의 휴머니스트 개념이 아니고 '종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양지바른 인생, 책임지는 인생, 윤리적인 인생을 지향하는 사람들. 기본적으로 무신론에 입각해 건강하고 생산적이면서도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끄는 사람들' 을 뜻한단다. 이런 재미있는 사람들을 보았나. 나도 뭐 아신교네 어쩌네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걸 직업으로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또 신선하다. 
그렇다고 종교인을 배격하거나 그런 게 아니고 종교를 믿고 안믿고는 개별 인간의 선택으로 존중하되 종교라는 이름을 빌린 수만은 정치적인 폭력과 전쟁의 역사에 대항하고, 종교가 가진 권위에 대항하면서 종교가 없이도 우리들끼리 잘 살 수 있으며 "믿음"의 종류가 사회를 좌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휴머니스트란다. 와우. 바로 내가 원하는 바 그대로를 실천하면서 행동하고 있다는 게 참 멋지구리하다.
나같은 무종교자들 중에 사실 신을 믿고, 교회를 다니고, 절에 다니고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다. 그거야 개인의 선택이니까. 하지만 그 테두리 안에 들어가서 그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애쓰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왜 우리 존경하는 예수님께서는 '미션'을 종교의 임무로 담으셨는지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뭐 종교를 믿지 않고도 충분히 종교에서 말하는 종교적으로 이상적인 삶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들의 활동을 응원하고 싶구나. ^^

또 하나의 재미있는 파트는 "비간" - 완전 채식주의자 의 인터뷰였다. 뭐 여러가지 결심이나 동물애호주의,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채식주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 사람은 재미있다. 
"이런 식생활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 그런데 비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삐딱하다는 걸 알고 놀랐죠.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비간들은 고기 먹는 사람을 무조건 증오하고, 인간보다 동물을 더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거였어요.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너무 웃겨 화도 나지 않더군요...... 비간에 대해 사람들이 사람들이 은연중 반발심을 갖고 있는 이유가 있었는데 아주 간단했어요. 비가니즘을 강력하게 믿는 이들이 고기를 먹는 사람을 비난하기 때문이었던 거죠. 고기를 먹는 행위를 대놓고 비난하는 비간들도 많을 뿐 아니라, 꼭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말을 마구 해대는 불편한 존재였던 거죠."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자기에게 가장 맞는 방식이 있고, 그걸 선택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고기 없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에게 고기를 그만 먹으라고 한다면, 그건 폭력이잖아요. 반대로 누군가 저한테 '고기를 꼭 먹어라, 안 그러면 건강 해친다' 라고 일장연설을 하거나 잔소리를 한다면 그것 역시 일종의 폭력이에요. ...."
이런 사람이 채식주의자 제목을 달고 인터뷰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제발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타인의 문화와 습관에 관대하며, 새로운 문화와 경향에 열려있도록 하자. 그게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코스모폴리탄 아닌가. :) 이 책이 하고 싶은 얘기도 결국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


09. 11.



*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수정 (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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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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