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결혼한(또는 결혼한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왜 결혼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는지, 스스로 해보고야 알았다. 꿀처럼 행복하고 아까워서 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우울해서 말하지 않는것도 아니다. 그저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혼이 너무도 특수하고 개인적이어서,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꼬여 설명하기 곤란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

결혼한지 6개월짜리 신혼이 뭐라 말해봐야 말할 거리나 있겠냐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웃을 만큼은 살지 않았나 싶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냉정과 열정사이]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읽어온 독자 중 하나로서, 사실, 언젠가부터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캐릭터들로 슬슬 식상해진달까, 그런 느낌을 살살 받아오고 있었는데, 글쎄 이 작가가, 결혼한지 2-3년째쯤 되는 해에 써내려간, 10년도 훨씬 지난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옛날의 에쿠니 가오리에게서 신선함을 느낀다면 좀 이상한가.

화해란 요컨대 이 세상에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 것, 코스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 것.

이런 작가도 이런 결혼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면서. 읽는 책이다. 가끔 이럴려고 결혼했냐, 결혼하니 좋더냐, 많이들 묻고 또 듣고 하는데, 흔히 그냥 '좋다. 해보시라' 고 대답하는 건, 역시 결혼이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희노애락 모든 요소들을 다 담고 함께 가는 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혼하고야 내가 지겹도록 사리정연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혼이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니, 거의 심신의 파멸. 다만 결혼하고야 나는 분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이 한층 혼란스럽다. 그러나 결국 결혼이란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이런 것하고 비슷하다. 'devil food'. 알코올 중독자의 알코올처럼, 알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음식물을 'devil food' 라고 하는 모양인데, 다이어트 책에 쓰여 있었다...... 남편은 아마도 나의 'devil person' 이리라.

올바름이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결혼하고서 딱 한가지 배운 것이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 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남편이 내게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게,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면 여기에 있는 것이 나의 필연이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연성이 없어지고 만다. 이웃에 사는 연인처럼 행세해서 안 될 것이 무어란 말인가? ...... 올바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래주었으면 한다. 결혼은 야만...... 평온하고 사랑에 가득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억지를 관철해야 한다.

언젠가 어릴 적에는 1:1의 관계로, 여기 표현대로 '올바르게' 서로 각자 없이도 잘 살아나갔을 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 결혼해서 더 행복하게 꾸려나가는 그런 삶이 이상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더랬는데, 결혼하고 나서, 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건 다 아무래도 상관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주말은 압도적이다. 매주마다 남쪽 나라의 섬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기분. 하기야 우리는 둘 다 활동적인 편이 아니라서 실제로는 차분하기 짝이 없다. 내내 잠만 자거나, 할인 매장에 가는 정도. 그런데도 월요일이면 지쳐서 축 늘어지는 것은 그 이틀동안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남편과 마주하는 탓인 듯 하다. 남편은 나더러 '만사 지나치게 생각하는 성격' 이라고 한다....... 월요일 아침, 나는 회사로 가는 남편이 싫어서 그만 입이 부루퉁해진다. 어서 다음 주말이 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현관에다 구두를 내 놓는다. 그리고 남편을 배웅하고 난 순간, 나 자신도 놀라울 만큼 안도감의 물결이 밀려온다. 안도와 피로, 그리고 잠......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께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을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면 우리는 보나마나 산산이 조각나리라는 것을.

가끔 결혼생활 얘기하다 보면 이 책 인용을 쏠쏠하게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근래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 중에서 가장 특별한 책.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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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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