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느 모 고교의 연례행사,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쭉 걷기만 하는 이른바 [보행제]. 딱히 사건다운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걷고 또 걸으면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만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 무슨 이야기가 있겠냐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치는 소설이다.
하루를 꼬박 걷는 행사 속에서 이 고등학생들은 어느새 서로 마음속에 있는 소리를 끄집어내고, 또 어느새 어른이 되어간다는 그런 이야기. 그런 단순한 구조 속에서 빛을 발하는 건 개성있는 주변 인물들을 묘사하고, 주 등장인물들의 속내를 독백하는 작가의 필력이다. 근래 "좋은 플롯"에 의지하는 멋진 소설들을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온전히 작가의 스토리텔링의 능력에 빠져서 읽게 된 보기 드문 책이랄까. 예전에 우리나라로 치면, 김훈의 소설을 읽었던 느낌과 - 색깔은 좀 다르기는 하지만 - 비슷한 것 같기도.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물론 우리가 보기에 [보행제] 같은게 평범한 행사는 아니지만, 어째서 단지 걷는 것 뿐인 이야기가 참 특별한 느낌인 걸까.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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