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피아노와 담배연기를 뻐꿈뻐꿈 내뿜는 골드 플룻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다. 여행가방에선 옷자락이 흐르고 옷장, 스탠드가 있는 단촐한 방은 초록빛이다. 여행지에서 낯선 밤을 보낸 듯한 이들의 모습은 야릇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엔 너무나 귀엽고 코믹하다.
자켓만으로도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앨범의 일러스트는 또 이런 의미를 전달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재즈’를 상징하는 피아노와 ‘클래식’으로 오버랩 되는 플루트가 만나서 ‘크로스오버’란 놀라운 아기를 탄생시켰다.’라는 메시지를..
클래식과 재즈가 잉태한 크로스오버
빌보드 크로스오버 차트에 11년 동안 랭크 되었던, 전설적인 앨범, 클로드 볼링의 ‘플룻과 재즈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Suite for Flute & Jazz Piano’. 이 앨범은 자켓에서 보여준 것만큼이나 클래식과 재즈가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하게 또 얼만큼 경쾌하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클로드 볼링은 정작 ‘크로스오버의 창시자는 자신이 아니라 듀크 엘링턴이라고’ 말하지만 어찌되었든 그의 앨범은 크로스오버 음악의 바이블 내지는 전설이 되었다.
프랑스 칸느에서 태어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편곡자인 클로드 볼링은 올해로 75세가 됐다.
14살 때 이미 재즈 신동으로 알려진 그는 레코드 감상을 통해 대부분의 음악공부를 했고, 18살에는 자신의 딕시랜드 그룹과 첫 앨범작업을 했다. 이후, 프랑스의 수많은 TV와 영화음악을 작곡하며 ‘재즈의 왕자’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음악작업을 한 영화 중엔 <볼사리노> <어웨이크닝> <은곰들> <루이지아나> 등이 있다.
빌보드 차트 정상, 11년 차지
그가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65년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재즈로 편곡하면서부터다. 마침,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인 장 베르나르 드 포미에가 볼링에게 '두 대의 피아노를 각각 재즈와 클래식으로 연주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볼링은 제안을 받아들여 1972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을 선보였고 이는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가져왔던 것.
이후, 볼링은 본격적인 재즈와 클래식의 결합을 시작한다. 그 첫 번째 파트너가, 화려한 음색과 기교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던 프랑스의 플룻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이다. 이 둘의 만남으로 탄생한 앨범‘플룻과 재즈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Suite for Flute & Jazz Piano’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는 무려 11년, 530주 동안 빌보드 크로스오버 차트에서 정상을 달리는 기염을 토한 그야 말로 신화 같은 앨범이 되었다.
플루티스트 오신정과의 협연
바로 이 앨범이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는 클로드 볼링의 내한공연이 오는 4월 16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펼쳐진다. 앨범 탄생 30주년이기도 한 올해는 2003년부터 3년째 한국을 찾은, 클로드 볼링 재즈 앙상블의 마지막 내한공연이기도 하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2000년 타계한 장 피에르 랑팔을 대신해, 랑팔의 수제자인 시게노리 구도가 2003년에 이어 화음을 맞춘다.
여기에 놀라운 소식을 또 하나 보태자면, 좀처럼 해외 연주자들과 화음 맞추기를 꺼려하는 볼링이 이번 무대에선 한국 플루티스트와의 협연을 결정했다는 것. KBS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인 오신정 플룻티스트가 시게노리 구도와 함께 클로드 볼링 앙상블와 협연하게 됐다.
"처음엔 협연에 손을 내젓던 볼링도 오신정씨의 음반을 듣고는 협연을 흔쾌히 결정했어요. 볼링이 해외 연주자와 협연하는 일이 드물어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습니다." 한국 플룻티스트와의 협연을 적극 추진한 공연기획사 플랜제닛 김기영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에선 ‘플룻과 재즈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Suite for Flute & Jazz Piano’ 앨범에 수록된 ‘센티멘탈’ ‘바로크앤블루’ 등의 곡과 함께 여러 재즈 스탠더드 곡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클로드 볼링의 공연은 서울 외에도 대전, 대구, 부산 등의 지방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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