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서점에 가면

雜/'읽다' 2005/01/01 21:26


언젠가
서점 같은 데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지도 않고
조금은 적적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썰렁하지도 않은. 그런 서점.

시간날때마다 꽂혀있는 책을 꺼내서 읽을 수 있고
새로 들어오는 책향기에 묻혀서 사는 거다.

뭐. 그런 생활을 꿈꾸기도 했지만
서점에서 일한다는 것이 그렇게 여유로운 일도 아니고
점원이 책을 읽고 있다는것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는 것도 알았고
난 책을 읽으면 정신이 팔려서 누가 불러도 안들린다는 사실도 알았다.
한마디로 서점에서 일한다는 것이 그다지 내 이상에 맞는 일도 아니고
내가 서점에서 일하는데 그다지 적합하지도 않다는 것.


중국에 가서 볼 가이드북도 한권쯤 살겸 모처럼 서점에 갔다.
세종문고에 갔다가 반디앤 루니스로.

예전에 세종문고를 갔을때는 그렇게 온세상의 책이 다 있는 것 처럼 보였고
교보문고 다음으로 크다고 -_- 그렇게까지 생각했었는데
어제 갔던 세종문고는 생각보다 작았다. 서점이 작아진 건 아니고
이제서야 그 서점의 용량(^^)이 보였다..고 할까.
사람이 다니는 길도 많이 좁고 책 배열도 그닥 효율적이지 않다. 찾아다니기도 용이하지 않고.

반디앤 루니스(서울문고)에 갔다. 서울문고는 장소가 장소인지라
사람이 무지 많다. 세종문고나 교보문고에 비해서 그다지 책에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좀 떠들썩한 분위기. 좀 화제의 신간이니 하는 그런 코너를 살짝 지나 약간 안쪽으로 박히면 바닥에 자리깔고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사실 나도 그런 부류인지라.. ^^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면 좋아하면서 냅다 책 가지고 와서 퍼질러 앉아버리고 만다.

이렇게 한번 앉아버리면 보통 약속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때우는 날이 아닌 그냥 심심해서 서점에 나온 날인 경우에는 해가 져버린다. ㅡ.ㅡ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서점직원이 몇번인가 눈치주면서 째려봤을지도.

가이드북을 고르고 나서
중국갔다와서 읽을책이나 점찍어 둘려고 소설코너로 갔다.

김훈님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같은 소설은 언제부터고 계속 읽고 싶었는데 중국 갔다오면... 하고 벼르고 있는 책들이다. 언젠가 샀던 "자전거 여행"은 사실 약간 지루하기는 했지만 그 유려한 글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글을 아름답게 쓰는 작가라면, 소설을 써도 예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대를 하고 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의 작가인 와타야 리사의 첫 작품이었던 "인스톨"이 서점에 나왔다. 한 30장 가량 읽었는데 역시 와타야 리사...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그때. 그 나이(와타야 리사 말이다)의 고민과 생각을 약간은 철학적이고 약간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그대로. 그리고 간결한 문체로 풀어쓰다니. 언젠가 서점에 또가면 마저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인 카타야마 쿄이치의 신작도 나왔다.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이라는 제목의 책. 사실 "세상의 중심에서...." 이 책은 세상에서 말하는 것만큼의 그 무언가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일본에서 몇백만부나 팔아치우고, 드라마, 영화화를 할만큼의 큰 작품이었는가. 하면 나는 글쎄.. 그정도는... 이라고 대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지 오히려 두번째 작품인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이 더욱 흥미롭다. 이번에야말로 이 작가의 면모를...! 하고 말이다. ^^

"그남자 그여자" 2권이 나왔다. 만화책말고...; 이소라의 음악도시에서 방송되었던 이야기들을 묶은 책. 1권을 워낙이 즐겁게 읽어서 역시 2권도.. 하고 기대 중.

"웨하스의 의자" 에쿠니 가오리의 새 책이다. 서점에서도 유난히 많이 팔렸는지 신간코너 일본코너 가릴 것 없이 다른책들보다 눈에 띌 정도로 쑥 들어가 있다. (재고가 없어서 그런가;) 이번에는 또 어떤 소설을 썼길래..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펴볼까.. 했지만 역시 접어두었다. 맛있는 건 나중에 먹기. 뭐 그런 마음하고도 비슷한가? ㅡ.ㅡ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속 인물들은 항상 어딘가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하다. 다들 유릿장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쉽게 깨어진다. 보통 소설 같으면 이런 내용. 별로 좋아하지 않을텐데, 에쿠니 가오리의 감각으로 살려놓으면 약간 건조하고 위태롭지만 읽을만한 소설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사람의 머릿속은 또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


외에도 보고 싶은 책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다빈치코드도 아직 읽지 못했고 며칠전에 눈독들여둔 단테클럽. 그리고 베라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박완서님의 "그 남자네 집" 같은 책들.

서점은 이래서 싫다. 한번 가면 한번으로 끝낼 수도 없고
사다보면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져 버리거든.

언젠가 서점 같은거 하나 사버리면 좋겠다 ^^;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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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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